<8번 출구> 영화를 보고 왔어요
<8번 출구> 국내 개봉 포스터
개봉 첫 날에 CGV 영등포에서 보고 왔어요. 사실 원작 게임은 한 번도 안 해봤고 어떤 설정인지만 대충 알고 있는 상황에서 재밌게 볼 수 있을까...? 하는 우려가 있긴 했지만 기우였어요. 원작과 별개의 세계관을 구축했기 때문에 게임을 안 했어도 충분히 재밌게 볼 수 있고, 공포영화의 명가 일본의 변화해가는 공포영화 문법도 살뜰하게 들어가있고, 일본 영화답게 나름의 교훈을 주는 부분도 재밌었어요.
좋았던 점
사실 <8번 출구>의 공포의 근본은 '리미널 스페이스'와 먼저 나온 화제의 게임 'P.T'에 있어요. '리미널 스페이스'라는 텅 빈 공용 공간 자체가 주는 공포와, 'P.T.'에서의 반복되는 공간 속 드문드문 변하는 이변 사이에 있는 공포를 적당히 섞었다고 할 수 있지요. 그렇게 탄생한 이 영화는 지금까지의 공포영화스럽지 않게 전혀 어둡지 않은 공간에서, 벌어지는 이변을 몸으로 겪으며 밖으로 탈출해야 하는 주인공과 같이 8번 출구속을 헤메이게 하죠. 블럼하우스의 영화들이 '어두운 공포'라면, 이 영화는 '밝은 공포'에요.
또, 이건 제 개인적인 기호일 수 있지만, 클래식들이 많이 등장해요. 가장 대표적으로 모리스 라벨의 '볼레로'인데, 이 곡도 사실 프레이즈가 하나뿐이지만, 프레이즈를 반복하면 할 수록 점점 곡조가 강해지며 긴장감이 더해지죠. <8번 출구>의 주제 의식과 일맥상통하지 않나요? 그런 점에서 기가 막힌 선곡이라고 할 수 있죠.
그리고 사운드 디렉팅을 기가 막히게 했어요. 이 영화는 공포영화이지만 생각보다 영화관의 스피커를 탈 것 같은데, OST와 SFX 믹싱이 꽤나 강렬해서 음질이 좋지 않은 스피커에서는 특정 음역대만 강하게 들린다던지, 공진현상이 너무 많이 일어나는 등의 이유로 불쾌하게 들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. 그래서 이 영화를 십분 즐기기 위해서는 좋은 스피커가 있는 영화관을 골라야 할 것 같아요.
아쉬운 점
각본, 연출 상의 완성도가 조금 떨어져요. 자세히 말하자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지만, 간략히 말하자면 "물음은 던지지만, 해답까지 주지는 않는다"라고 할 수 있겠어요. 그 물음도 관람객에게 생각할 거리를 주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적으로 "왜?"라고 생각할 수 있는, 조금 원론적인 물음에 가까워요. 그 부분까지 명쾌하게 떨어지는 영화는 아니었어요.
그리고 일본 영화 스타일로 교훈을 주는 부분이 호불호가 갈릴 수 있어요. 원작 게임이 간단명료하게 탈출게임이기 때문에 주인공이 왜 8번 출구에 갇혔는지, 그리고 그 곳에서 어떤 것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당위성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, 나름 현대의 세태에 경종을 울린다고는 하지만 앞서 말했던 완성도가 떨어지는 각본 상에서는 그 당위성 또한 사상누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.
총평
개인적으로 공포영화를 즐겨보는 편이긴 한데, 이 영화는 상대적으로 새로운 문법을 가지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. 그렇기 때문에 그 장단에 꽤나 어울려서 볼 수 있었어요. 현대의 컨텐츠가 만들어지는 방법도 새롭고, 그 컨텐츠를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대한 방법도 새롭습니다. 저는 강력추천하고 싶어요.